Scotland Life/Glasgow Life

4.18 Sabaton (+Babymetal, Lordi) 콘서트

양국남자 2023. 4. 29. 08:47

블로그는 당분간은 일상 및 여행, 영국생활 관련 이야기로 하고 테크 관련된 건 미디움에 영어로 올릴 생각입니다. 

 

최근에 잡도 잡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운동도 다니고 독서도 하고 블로깅도 재개하려고 합니다.

 

나를 포함한 젊은 남자들은 영국하면 축구, 축구, 그리고 축구의 나라로 생각하지만 (+약간의 복싱과 테니스 그리고 크리켓?) 로 생각하지만 영국은 브리티시 인베이젼으로 대표되는 음악의 나라기도 하다. 실제로 뮤즈,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등 조금만 이름 들어보면 알 밴드들이 다 영국 밴드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국 밴드가 아니라 스웨덴 메탈 밴드 Sabaton 의 공연에 가보기로 했다.

 

이름부터 특이한 밴드 - Sabaton(사바톤)

 

밴드 명 사바톤은 중세 유럽갑옷의 철 신발을 이르는 명칭이다. 군복 바지와 합쳐 보면 노래 내용도 어떤지 짐작이 가리라.

 

Sabaton 을 알게 된 계기는 알다시피 유튜브 알고리즘인데, 뭔놈의 노래가 "Into the Motherland the German army march"(어머니 조국에 독일군이 침공한다) 라고 시작하길레 계속 들어보았다 (Panzerkampf - 전차전 이라는 노래다). 계속 듣다 보니 2차대전 독소전쟁 중 프로호롭카 전투를 노래한 노래였다. 대다수의 노래들이 대체적으로 전쟁이나 역사 관련된 노래들이다. 실제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는 <파라독스 인터랙티브> 라는 스웨덴 게임회사와 자주 협업을 한다고도 한다.

 

 

파라독스 사의 중세 영주 시뮬레이터 크루세이더 킹즈 게임.

메탈쪽은 Tenacious D 영화로 알게 된 Dio (더 월드! 하는 그 DIO와는 관련이...) 라던가, 메탈 음악과 밴드명은 몰라도 2000년도에 WWE 프로레슬링과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The Game (프로레슬러 트리플 H의 등장음악) 을 부른 모터헤드, 영화 토르:라크나로크로 유명한 Immigrant Song 을 부른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사바톤 역시 마음에 남는 메탈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2000년도 남자애들의 비공식 애국가였던 WWE RAW 의 타이틀 음악 Across The Nation. 메탈 음악의 M자도 모른다는 분들도 대충 이 노래를 떠올리면 메탈이 어떤 노래인지 감이 잡힌다.

 

혀튼 밴드 소개는 각설하고, 사바톤이 글래스고에서 공연한다 하니 나도 놀랐다. "어머 이건 꼭 봐야되!" 하면서 티켓을 샀다. 전에 기숙사 살 때 엄청난 밀덕+역덕(+오덕) 중국인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이 친구에게 질투를 유발해볼겸 해서 가기로 했다. 자리는 뒤쪽에 앉아서 보는 곳으로 잡았는데, 후회할 선택이었다.

 

후술할 게스트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Sabaton 공연이 시작했다. 손자병법 관련 나레이션이 흘러나오고, 폭죽이 터지면서 시작부터 화끈했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하면서 프랑스 침공을 위해 벨기에로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간 사막여우 롬멜 장군의 전차군단에 관한 Ghost Division 이 첫 곡이었는데, 직접 보자.

 

시작부터 폭죽 터지는게 완전 전격전이다.

 

첫 곡 Ghost Division 의 막바지에 왠 대전차포를 들고와서 발사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메인보컬 요아킴 브로덴. 정체성이 확 느껴진다.

그 다음곡은 게임 <월드 오브 워쉽> 과 협업해서 나왔던 Bismarck. 역시 2차대전의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와 그 전함을 격침시키려는 영국 해군에 대한 노래다. 우리 나라로 말하자면 명량 내지 한산도를 노래로 한 거라 생각해야하나? 난 잘 모르던 곡이었는데, 스코틀랜드의 대첩 중 하나를 주제로 한 Blood of Bannockburn 을 부를때 관중석의 텐션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1527년 로마 약탈을 (사코 디 로마) 주제로 한 The Last Stand,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Into the Fire, 러시아의 표토르 대제와 맞선 스웨덴의 카를 11세 헌정곡 Carlous Rex, 1차대전 크리마스 정전을 노래한 Christmas Truce,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잘 알려진 2차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노래한 Primo Victoria 등 아는 노래가 몇개씩 나왔다. 특히 Primo Victoria 공연중에 "First ones to fall", "D-day upon us" 와 "Sixth of June Ninety Fourty Four" 부분을 떼창 할 때에는 소름돋기도 했다.

 

메탈은 악마의 음악이라더니, 무슨 전쟁광 / 전투광 집단이라도 된 듯 그 라이언일병 구하기 오프닝신 관련된 소절을 외쳐도 되는 건... 피의 신께 피를! 해골 옥좌에 해골을!!ㅋㅋㅋ

 

뭐 안그래도 우크라이나 전쟁중인데 저런 걸 부르고 즐기는 것도 여유라지만, 그래도 좀 즐거운 분위기로 끝내기 위해 마지막 곡은 2차대전 최고 수훈병 어디 머피를 주제로 한 To Hell and Back 으로 마무리 지었다. 

 

복병, Babymetal

 

지금 생각해 봐도 적응이 안된다. 사바톤과 같이 공연한 밴드 중 핀란드 가수 Lordi (하드락 할렐루야로 유명한 가수) 와 일본 메탈밴드 Babymetal 이 있었는데, 정말 Babymetal 은 "무슨 마약 하셨길레 그런 기획을 하셨어요?" 라는 말 밖에 안나온다. 아니, 마약을 해도 저런 기획은 힘들거 같다.

대충 저런 애들이다. 지금까지 메탈 이미지를 4점 만루홈런으로 날려버린다.

쟤네 손 모양을 자세히 보자. 원래 메탈헤드들은 악마 얼굴 모양 손짓을 하는거로 유명한데, 저 밴드는 시작부터 아주 패러디 떡칠 오브 떡칠이라 악마가 아니라 일본 신화의 여우신이 상관이라서 손으로 여우 모양을 만든다. 더 가관인건 내 옆에 있는 위스키 반병 원샷하실듯한 슈퍼 터프가이 마초맨으로 보이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더 형님도 베이비메탈이 공연하니까 바로 저 손짓을 하면서 일어난다. 지금 생각해도 딱 어려보이는 여자애들이 일본어로 노래하는데 무슨 반주는 찐 메탈... 어휴 머리속이 혼란해진다.

 

머리속 심정 한 짤 요약

뭐 그래도 듣다보니 노래에는 적응이 약간은 된다. 컨셉도 참신하고. 게다가 글래스고에 모인 메탈헤드들이 다 손으로 여우모양을 만들어가면서 떼창 열창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비록 컨셉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고령화되는 메탈 씬에 새로운 활기(그리고 약기운)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응원해주는 메탈팬들의 열성도 보기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사바톤 콘서트를 갔는데 콘서트 셔츠는 베이비메탈 셔츠를 샀다.

 

글씨체와 사무라이, 그리고 일본식 깃대가 있는거에서 보듯 사바톤과 합동공연한 냄새가 철철 나는 셔츠 디자인.

 

공연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유튜브 영상도 첨부. 솔직히 내가 찍은거는 거리도 멀고 따라부르기가 있어서 올리기가 좀 그렇다...

스코틀랜드분이 직접 찍으신 공연 하이라이트.

비디오 끝에 보면 "쩔 줄 알았는데, 정말 개쩔었다." 하시는 형님. 내 소감과 동의한다. 기대하던거 이상이었다. 복병 베이비메탈이 로드롤러로 날 쳐버리는 거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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