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land Life/University

영국 석사 1주차 소감

양국남자 2021. 9. 25. 04:57

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을 듣는 처음 1주차에 대한 소감이다.

 

지금은 자가격리 중이라 도서관이나 대면 미팅은 해보지 못했지만, 온라인 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 온다.

 

학교가 이쁘면 뭐하니 가지를 못하는데ㅠㅠ 도서관은 좋다고 한다.

 

1. 협업과 토론을 배우며 IT 종사자로 성장하겠다면 정말 좋을것 같다. 물론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이 해결되야 한다
(물론 커리큘럼, 학교 명성, 과 순위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거다. 인지도가 약간 발목을 잡지만...솔직히 한국에서 옥스브릿지 제외하면 칼텍>>임페리얼, 브라운 / 위스콘신주립대 >>글래스고 / 워윅, USC/에모리>>카디프다.. 천하의 맨체스터 대학교도 한국 오면 시티나 유나이티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수업은 조별 토론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중국이나 인도에서 코로나때문에 입국 못한 학생들과도 원격으로 줌과 microsoft teams로 토의하고, 학교에서 주는 gitlab 으로 서로 협업도 한다. 게다가 GCP(쿠버네티스) 도 학교에서 무료 크레딧 지원해준다 했다.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개발 과목은 개발 과정만 놓고 보면 프로그래밍 단에서는 거의 현업과 차이가 없다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나 테스트 등은 없으니까) 

 

영국에서 Warwick(워릭)은 누구나 가고싶은 세계 100위권 명문대지만, 한국에서 Warwick(워윅)은 L모 유명 게임에 나오는 늑대인간일 뿐이다.

 

2. 진짜 공부 하겠다는 놈들만 왔다. 세계 전역에서!

 

시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아침 9시부터 코딩하고 난리났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보이던 도피유학, 일진, 운동부, 양아치,땡땡이 등은 이제 정말 엮일 일 없는 상상속의 동물이며, 여기 그 누구도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은 없다. 내가 나온 대학교는 우리 중고등학교때 1~10 등정도만 모아놓은 곳이고, 대학원은 그 중에서도 진짜 공부 욕심이 있어서 비싼 돈과 시간 들여가면서 할 놈들만 온 듯 하다. 내 인도계 스코틀랜드인 약학 석사 플랫메이트만 해도 전 대학이 에든버러 대학교다. 글래스고의 약학은 영국 제일이라서 여기 온거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 한국에서 다 버리고 왔다.

3. 개인주의? 한국 이상으로 정이 많은 곳 같기도 하다.

 

로마제국, 바이킹, 잉글랜드 다 쫓아낸 전투민족 스코틀랜드인 관련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스테레오타입은 스테레오타입이다. 글래스고가 세계에서 가장 친근한 도시로 두번이나 뽑힌 적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친근하다. 선후배 간의 학교 스피릿도 쏴롸있다. 처음 왔을때 공항에서부터 스위스에서 온 심리학 박사 누나하고 같이 택시타고 기숙사로 들어왔다. 글래스고 시에는 글래스고 외에도 대학이 꽤 있는데, 다행히도 그 누나가 글래스고 대학교 후드를 입고 있었다.

 

기사님도 친절하게 오피스까지 잘 대려다 주셨고. 학교 오피스도 자가격리 위해서 먹을거 듬뿍듬뿍 챙겨줬다.(그래봣자 반이 가공식품, 반이 통조림...) 플렛메이트들도 내가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서인지 친절하고 플랫관리에 협조적이다... 아직까지는 (졸업논문 쓰고 하면 다 바쁘다고 난리날듯)

 

그렇다고 나쁜짓 하면 하이랜더 전사들의 후예들이 달려와 인대가 끊어질때까지 뚝배기를 깨줄거다. 기사는 문자 그대로 테러 미수범을 줘패준 스코틀랜드 성님...

 

4. 축빠면 영국생활이 편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리고 내가 영국 현지인 보다 EPL 잘 안다.

 

손흥민? 내가 현지팬들에게 "두 유 노 로버트슨? 두 유 노 부카요 사카?" 등 역 두유노를 시전한다. 벌써 <현지인보다 더한 축구광> 타이틀과 나를 펍에서 호위해줄 축빠 호위무사가 (스페인형 1명, 영국형 1명) 생겼다. 호위무사들과 서로 '야 너 왜 데이터사이언스/화공학/우주공학 갔어? 스포츠 관련 과 가지?' 같은 썰렁한 농담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까짓거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과에 축빠가 있건 없건, 조별과제 할 때에는 축구 얘기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할 이유도 없다. 어파피 본격 학기 시동 걸리면 저 형들도 나랑 마찬가지로 펍 못간다. 축빠라고 조교가 더 점수를 줄 리도 없다. 친구 사귀는데에는 <축빠> 접사가 정말 좋을 수 있지만, 그 접사는 프로페셔널 한 곳에서는 1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점심시간 축구팸, 위닝피파팸, 유럽축구팸, FM팸도 고등학교까지지...

 

5.영국음식의 악명은 사실이다.

 

영국 요리는 너무 더러워서 이걸 세번만 입에 넣으면, 천사도 한달만에 고든램지 형처럼 입이 더러워지겠다! 참고로 고든램지는 스코틀랜드인...

 

학교에서 준 자가격리 식단 축내느라 베이크 빈, 토마토 스프 등 통조림에 빵, 푸성귀, 그리고 해기스 (스코틀랜드식 양순대) 통조림을 곁들여 먹는다. 한국에서 원체 순대를 좋아해서 해기스에 진입장벽은 1도 없었다. 방글라데시 플랫메이트는 해기스 그렇게 많이먹으면 소화 불량 걸린다는데, 이사람은 내가 한국에서 순대 먹는 걸 못봐서 괜한 걱정을 하나보다. 다음에는 선지에 해당되는 블랙푸딩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냥 먹고 칼로리 때우는데에는 좋지만 진짜 맛디가리 없다. 베이크빈과 토마토스프는 토마토 시즈닝을 때려부어서 빙초산마냥 시큼하고, 인스턴트누들은 정말 개도 안먹을 수준이다. 한국에 있었을때 왕뚜껑, 꼬꼬면과 나가사키 짬뽕 더 먹을걸... 기숙사 주변에 중국인마트나 한인마트를 찾아볼까 고민도 한다.

 

지극히 영국스런 식재료들에 수저가락이 차밍포인트. 보이지는 않지만 소세지도 하나 있다. 저 검은게 스코틀랜드식 순대 해기스다.